생맥주와 캔맥주는 어떻게 다를까?

호프집 자리에 앉아서 생맥주 한 잔을 받아들면, 괜히 기대가 된다. 집에서 캔맥주 딸 때랑은 뭔가 다른 느낌이다. 같은 브랜드여도 생맥주가 맛있게 느껴진다. 어차피 같은 공장에서 만든 맥주인데 왜일까?

맥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맛 차이를 이해하려면 맥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면 도움이 된다. 복잡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단순하다.맥주의 주재료는 네 가지다.

맥아, 물, 효모, 홉.

보리에 물을 줘서 싹을 틔운 게 맥아다.
이걸 갈아서 따뜻한 물과 섞으면 죽처럼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효에 필요한 당분이 생긴다. 이 맥아즙을 끓이면서 을 넣는다.

홉은 덩굴식물의 일종인데, 맥주 특유의 쌉쌀한 맛을 내고 보존성을 높여준다. 우리가 자주 가는 호프집이 이 홉에서 유래했다. 독일어로 홉을 ‘Hopfen(홉펜)’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따온 것이다. 이제 호프집 갈 때마다 이 내용이 생각날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홉을 넣고 끓인 맥아즙을 식힌 뒤 효모를 넣으면 발효가 시작된다. 효모가 당분을 먹으면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낸다. 이게 바로 맥주의 알코올과 탄산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숙성 맥주는 1~2주 숙성을 거치는데, 이 기간 동안 효모와 찌꺼기가 가라앉고 탄산이 잡히면서 특유의 청량감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남은 효모와 미생물을 제거하면 맥주 완성. 이걸 캔에 넣으면 캔맥주, 케그(생맥주 통)에 넣으면 생맥주가 된다.

같은 맥주, 다른 포장. 그런데 왜 맛이 다른가.

맥주 따르는 이미지

맛 차이의 진짜 이유

1. 마시는 방법이 다르다

캔맥주는 대부분 캔에 입을 대고 바로 마신다. 생맥주는 잔에 받아 마신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같은 음료도 입술에 닿는 용기의 질감, 한 번에 입으로 들어오는 양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종이컵에 마시는 맥주가 유독 맛없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종이컵 안쪽의 거친 표면이 거품을 과하게 만들고, 온도 유지도 잘 안 된다.

2. 보관과 따르는 방식이 다르다

생맥주가 더 맛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

생맥주는 케그(keg) 라고 부르는 통에 보관된다. 이 통은 산소와 햇빛을 완벽하게 차단한다. 맥주의 맛을 망치는 두 가지가 바로 산소(산화)와 빛(광산화)인데, 케그는 이걸 원천 차단한다.

거기다 생맥주는 탄산가스로 맥주를 밀어 올려서 냉각기를 거쳐 적정 온도로 나온다. 탄산의 압력을 계속 유지한 채로 따르기 때문에 탄산 손실이 최소화된다. 위에 크림 거품을 얹는 것도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다. 거품이 뚜껑 역할을 해서 탄산이 날아가는 걸 막아준다.

캔맥주나 병맥주는? 뚜껑 여는 순간부터 탄산이 계속 빠진다. 마시는 속도가 늦으면 그만큼 탄산이 날아가 밍밍해진다.

3. 온도가 다르다

맥주는 온도에 굉장히 예민하다.

  • 2℃ 이하 — 향과 거품이 약해진다
  • 4~5℃ — 가장 맛있는 온도
  • 6℃ 이상 — 상쾌함이 사라지고 거품이 거칠어진다

생맥주는 냉각기를 거쳐 이 적정 온도로 정밀하게 나온다. 캔맥주는 냉장고에서 꺼낸 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온도가 올라간다. 맥주를 천천히 마시는 편이라면 이미 처음과 끝 온도가 다르다는 뜻이다.

맥주 들고 있는 심슨

그럼 집에서도 맛있게 마실 수 있을까?

완벽하게 생맥주를 재현하기는 어렵지만, 조금만 신경 써도 확실히 달라진다.

잔은 꼭 깨끗하게. 기름기나 세제가 남아 있으면 거품이 제대로 안 잡힌다. 맥주를 다 마신 뒤 잔 안쪽에 거품 자국이 링 모양으로 남는다면 잔이 깨끗하다는 뜻이다. 이걸 업계에서는 ‘엔젤링’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용어는 레이싱(lacing) 이다. 반대로 거품 자국이 흘러내리거나 아예 안 남으면 잔을 다시 씻을 필요가 있다.

온도는 4℃ 안팎으로. 너무 차갑게 하면 향이 죽는다.

맥주와 거품 비율은 7:3. 거품이 너무 없으면 탄산이 바로 목으로 넘어가서 쏘는 느낌이 강하다. 크림 거품과 함께 마시면 훨씬 부드럽다.

완벽하게 산소와 빛을 차단한 보관, 탄산을 유지한 채 적정 온도로 따르는 방식, 크림 거품으로 마무리되는 한 잔. 생맥주는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조건을 갖추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호프집에서 생맥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분위기와 함께여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맥주 자체가 더 잘 나오고 있는 거다.

초밥은 왜 항상 두 개일까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