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우리 키를 줄이고 있다고?

요즘 기후변화 얘기 안 나오는 데가 없다. 폭염, 홍수, 이상기후… 근데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인간의 키다.

키는 유전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환경의 영향도 엄청나다. 특히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미 키가 결정되기 시작한다는 연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단순히 날씨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좀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키가 작아진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 중 폭염, 아이 키에 영향 준다

임신 중 폭염과 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남아시아 5세 이하 아동 20만 명을 분석했다. 결과가 꽤 충격적이다.

임신 기간 내내 섭씨 35도 이상의 고온과 높은 습도에 노출된 경우, 태어난 아이 키가 또래 평균보다 13% 작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임신 중에 얼마나 더웠냐가 아이 키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고온과 습도가 동시에 높아지면 엄마 몸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이게 태아에게 가는 영양 공급과 혈류에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쉽게 말해 더위가 태아의 성장 환경 자체를 망가뜨린다는 거다.

출생 후 5세까지의 키 성장은 아이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지는데, 이 시기가 기후 영향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키는 원래 들쑥날쑥했다

인류 평균 키가 계속 커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역사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오하이오주립대 리처드 스테켈 교수가 9세기부터 19세기 북유럽 유골 수천 구를 분석했더니, 키가 오르락내리락했고 17세기에 최저점을 찍었다. 그 시기엔 전염병, 소빙하기, 농업 방식 변화 같은 게 겹쳤다.

북유럽 남성 평균 키가 약 6.4cm 줄었고, 20세기가 되어서야 겨우 회복됐다. 이걸 학자들은 ‘콘서티나 효과’라고 부른다. 콘서티나는 손풍금처럼 접었다 폈다 하는 악기인데, 인간의 키도 그렇게 환경에 따라 줄었다 늘었다 반복해왔다는 거다.

결국 키는 유전자에 새겨진 고정값이 아니라, 그 시대의 환경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결정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기후변화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우려다. 유엔 추산으로는 “전 세계 약 10억 명의 아이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에 매우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도 줄어들고 있다

네덜란드 이미지

세계에서 키가 제일 크다는 네덜란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네덜란드 남성 평균 키는 183cm를 넘는데, 이건 좋은 식품, 의료, 생활 수준 덕분이다. 근데 최근 통계를 보면 1980년생 남성은 19세 기준 평균 183.9cm였는데, 2001년생은 182.9cm로 줄었다.

여성도 170.7cm에서 169.3cm로 감소했다. 고작 1cm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불과 20년 사이에 세계 최장신 국가에서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는 게 의미심장하다.

생활 수준이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나라에서도 키가 줄고 있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지 생각해볼 만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키 성장의 ‘천장 효과’로 보기도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엔 감소 속도가 너무 뚜렷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민자 인구 구성 변화도 원인 중 하나지만, 네덜란드 출신 부모를 둔 아이들 사이에서도 키 감소가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식단 질 저하, 아동 비만 증가 같은 게 의심받고 있다.

분단된 나라가 보여준 실험

키에 생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한국이 잘 보여준다. 1950년대 전쟁으로 갈라진 남북한은 유전적으로 거의 같은 인구인데, 북한 사람이 남한 사람보다 평균 최대 8cm 작다.

수십 년의 경제적 차이가 키로 나타난 거다. 같은 민족, 같은 유전자인데 먹는 것과 사는 환경이 달랐을 뿐인데 키에서 이만큼 차이가 났다. 이건 어떤 유전학 교과서보다 강력한 증거다.

영양 결핍과 열악한 의료 환경이 수십 년 누적되면 키라는 형태로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기후변화로 식량 생산이 불안정해지고 폭염이 일상화되면, 지금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독일도 비슷하다. 41년간 분단됐던 동서독을 비교하면 서독이 동독보다 평균 약 1cm 더 컸다. 차이가 크진 않았지만, 어쨌든 차이는 났다.

키가 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뻔한 소리 같지만, 결국 연구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비슷하다.

기후변화와 키

균형잡힌 영양소

경제학자 존 콤로스는 “인구의 키를 키우려면 무엇보다도 제대로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성장기에 단백질, 칼슘, 비타민D 충분히 챙기는 거,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질 좋은 수면

성장호르몬은 깊은 수면 중에 분비된다. 청소년기에 잠을 충분히 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꾸준한 운동

줄넘기, 수영, 농구처럼 전신을 쓰는 유산소 운동이 성장판 자극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과학적으로 완벽히 입증된 건 아니지만, 나쁠 건 없다고 본다.

그리고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된 기후 환경. 임신 중 폭염 노출이 아이 성장에 영향을 준다면, 이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기후변화 대응 자체가 미래 세대의 건강, 그리고 키와도 연결된 문제다.

여름이 점점 길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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